아이패드 매직 키보드 (iPad Magic keyboard) 1주 사용 후기 (+ 앱등이 여정)

나는 여태껏 전자기기는 국산품만 써왔다. LG 아니면 Samsung. 핸드폰이든 노트북이든 컴퓨터든 항상 국내 제품이었다. 별다른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항상 국산 전자제품을 쓰셨고, 자연스럽게 우리에게도 국산품을 사주셨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30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애플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내 첫 애플 템은 바로 아이패드였다. 구입을 결심하게 된 건 입시 학원 학생들 덕분이다. 나는 입시 학원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데, 요즘 수험생들이 거의 다 아이패드를 쓰는 것이었다. 아이패드가 없는 수험생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물론 삼성 태블릿을 쓰는 학생들도 적지 않게 있다. 아무튼 학생들이 필기를 하고, 문제를 다운받아서 풀고, 인강을 듣고, 이 모든 걸 아이패드로 하는 걸 보니 나도 탐이 났다. 콘텐츠 만드는 교육업에 종사하는지라, 아이패드를 사용하면 뭔가 일이 더 재밌어지고 편리해질 것 같았다. 내 예상은 맞았다! 

아이패드의 매력은 감성, 직관 이런 것들이 있겠지만, 모든 것을 통틀어 “자꾸 손이 간다”라는 사실로 수렴될 것이다. 물론 이게 부작용이 있을 수는 있다. 예를 들어 계속 아이패드로 쓸데없는 영상만 보고 있다든지 말이다. 하지만 아이패드를 산 목적이 확고하게 있다면, 하고자 하는 그 과제가 공부든 일이든 정말 재미있어지고 자꾸 손이 간다. 아이패드 기기 자체뿐만 아니라 연동되는 앱들도 한몫하는 것 같다. 일러스트든, 노트 필기든, 영상 편집이든, 정말 직관적이고 예쁘고 편리한 앱이 많다. (물론 대부분이 유료 앱이긴 하다. 훌륭한 무료 앱들도 간혹 있다.) 

그리고 뭔가 전자기기이지만 전자기기 같지 않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소음이 없고 터치/필기 반응이 매우 빠르기 때문일 거다. 물론 찐 아날로그와는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양쪽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어떤 때는 디지털 같고 어떤 때는 아날로그 같은 그 특징이 바로 아이패드의 매력이다.

이렇게 아이패드를 시작으로 내 앱등이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애플 펜슬, 아이패드 케이스(애플 정품), 그리고 에어팟에 이어서 7개월 후에는 집에 있던 PC가 고장 나버려 아이맥 풀세트 (트랙패드, 키보드, 마우스 포함)를 구입했고, 이제는 매직 키보드까지 샀다. 이 정도면 찐 앱등이로 인정받을 법도 하지만, 단 하나 없는 게 있다. 바로 아이폰이다. 난 3년째 LG G8 (LG가 핸드폰 사업 중단하기 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출시한 폰이다)을 쓰고 있다. 아직 멀쩡해서 조만간 바꿀 생각은 없지만 핸드폰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아이폰으로 바꿀 예정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폰은 다 좋은데, 에어 드랍이 안돼서 매번 Drive에 따로 사진 옮기고 다운받고 하는 거 너무너무 귀찮다.. 그게 아이폰을 사고 싶은 가장 주된 이유다. 애플 생태계. 그 편리함을 한번 경험하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이렇게 애플에 쓴 돈만 해도 거의 500만원 정도가 된다. 그 돈으로 차라리 다른 걸 하라며 사치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사실 밥이나 책을 제외하고는 내 지갑을 쉽게 여는 편은 아니다. 여행, 맛집 투어, 패션 등에 관심이 많지 않으며, 집순이라 사람을 많이 만나지도 않는다. 그런 곳에 투자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도 있겠지만, 집순이, 고양이 집사이자 솔로 크리에이터인 나는 애플에 투자하며 내 삶의 질을 높인다. 소음에 예민한 우리 냥님도 소음이 없는 애플을 더 좋아한다. (특히 아이맥..! 영상 인코딩 할 때 제외하고 소음이 1도 없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겠다. 

[매직 키보드 구입 계기]

3년 동안 쓰던 삼성 노트북을 최근에 중고로 팔았다. 아이패드와 아이맥을 쓰면서 윈도우 설정보다는 iOS, Mac OS에 더 익숙해져서 삼성 노트북은 아예 손을 대질 않았기 때문이다. 팔고 나서 예전부터 눈여겨왔지만 비싸서 구입을 미루던 Magic Keyboard에 다시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여태껏 아이패드에서 타자칠 일 있을 때는 3만원짜리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용해왔고, 특별한 문제도 없고 그냥 무난해서 계속 써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건전지가 너무 빨리 단다는 점이 계속 걸렸고, 블투 연결 오류가 잦아졌다. 생각해 보면 타자감도 그리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앞으로 글 쓰는 일에 더 매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피아니스트가 좋은 피아노에서 최고의 연주를 할 수 있듯, 나도 좋은 키보드를 하나 장만하고 싶었다. 하지만 키보드 따위가 40만원이나 한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했다. 아무리 애플이라도 용납이 안됐다. 여러 후기도 읽어보고 리뷰 영상도 보며 고민한 결과, 사도 후회하고 안 사도 후회할 것 같았다. 어차피 후회할 거, 차라리 사고 후회하는 게 미련이 덜 남을 거라는 생각에 드디어 질렀다.

결과는 대만족이다. 

일단 장점과 단점을 나누어서 써보겠다.

[매직 키보드 사용 후기]

장점 1. 연결/분리 편리함, 여닫이 무난

자석이라 아이패드를 그냥 붙이기만 된다. 붙으면 연결이 바로 된다. 블루투스 끄고 켜고 할 필요없다. 분리하고 싶을 때도 그냥 자석 떼듯 가볍게 떼진다. 열고 닫는 것도 노트북만큼은 아니지만 스무스한 편.

장점 2. 동시 충전 가능

아이패드 잭에 충전기를 꽂으면 키보드도 충전된다. 반대로 키보드 잭에 충전기를 꽂으면 아이패드도 충전된다. 이렇게 동시 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번거롭지 않다. 

장점 3. 키감 ⌨️ 🌟

글 많이 쓰는 나한텐 이게 제일 중요하다. 키감이 다르다. 눌리는 느낌이 정말 다르다. 타자를 칠수록 계속 치고 싶어진다. 글을 쓸수록 계속 쓰고 싶어진다. 어느 정도냐면, 애플 키보드의 키감도 좋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매직 키보드의 키감이 훨씬 좋다. 집에 있는 아이맥은 애플 키보드랑 쓰는데, 매직 키보드 사고 나서 한 번도 거들떠도 안 보고 계속 아이패드+매직 키보드로만 작업 중이다. 글 많이 쓰는 분들께는 키감 때문에 아묻따 추천이다. 

장점 4. 트랙패드

트랙패드가 스크롤링이나 페이지/화면 넘길 때 너무 편하다. 블루투스 키보드나 애플 스마트 폴리오를 쓸 때는 스크롤링하려면 스크린 터치하러 팔을 뻗어야 한다. 팔 뻗는 게 뭐가 그리 불편하냐고 하겠냐마는, 손을 뻗지 않고 키보드 밑에서 바로 스크롤링 하는 게 익숙해지면 이 편리함에서 헤어 나오기가 힘들다. (+매직 마우스 있으신 분들은 같이 연결해서 트랙패드랑 쓰면 편리함 두 배 된다.) 

트랙패드. 반응속도도 빠르고 스크롤링/전페이지이동/화면 전환할 때 너무 좋다.

장점 5. 잭이 하나 더 생김

아이패드에는 잭이 하나이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간혹 있다. 예를 들어 TV에 연결해서 영화보고 있는데, 아이패드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중간에 분리해서 충전하고 다시 연결해야 하니까 좀 번거롭고 불편하다. 하지만 매직 키보드에도 잭이 하나 있다. 그러니까 아이패드+매직 키보드가 연결된 상태에서는 잭이 두 개가 된다는 얘기다. 충전하면서 동시에 내가 연결하고 싶은 데에 연결할 수 있으니까 너무 편하고 좋다!

매직 키보드 왼편에 있는 잭!

장점 6. 태블릿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노트북의 요소를 더해줌

이건 좀 개인적이고, 또 나처럼 아이패드가 일상의 필수 템인 분들에게만 해당되겠다. 나는 애플 펜슬도 자주 쓰고(태블릿 기능), 또 타이핑도 필요하다. 그런 나에게 매직 키보드는, 키보드가 필요할 때는 가볍게 붙일 수 있고, 필기를 해야 할 때는 가볍게 뗄 수 있어서 마치 노트북화된 태블릿 같다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태블릿과 노트북을 같이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난 조만간 노트북을 살 계획이 없다..! 물론 꼭 매직 키보드가 아니더라도 다른 저렴이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용해도 된다. 블루투스 키보드는 뗐다 붙였다 하지 않아도 돼서 어떤 면에선 더 편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붙어있지 않기 때문에 진지한 느낌이 들지 않고, 아까 말했듯 키감이 너무 다르다. 물론 아이패드는 노트북을 대체할 수 없지만, 사실 아이패드의 주 사용 목적이 PC 기능보다는 태블릿의 기능이기 때문에, 이 기능을 잃지 않은 채로 노트북의 느낌을 더해준다는 건, 나에겐 어떻게 보면 혁명(?)이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단점도 있다. 

단점 1. 한글 키보드 에러

내 일 특성상 영어를 타이핑할 일이 많다. 그래서 한/영 변환 키를 많이 쓰는데, 주로 한글 키만 쓰시는 분들은 해당이 안 될 수도 있겠다. 영어에서 한국어로 변환할 때 글자 깨짐 현상이 일어날 때가 있다.ㅇㅏㄴㄴㅕㅇㅎㅏㅅㅔㅇㅛ < 이렇게 타이핑 되는 것.. 수시로 그렇진 않고, 가끔가다 한 번 그렇다. 물론 다시 한/영 키를 누르면 바로 고쳐지긴 한다. 근데 한/영 변환 에러는 블루투스 키보드에서도 흔하게 겪긴 했다. 로지텍 블루투스 키보드 쓸 때는 글자 깨짐뿐만 아니라, 아무리 한/영 키로 눌러도 변환이 되지 않았을 때가 있었다. 그거에 비하면 양반이라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큰 불편함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단점 2. 좀 무거운 편

태블릿의 장점은 가볍게 휴대할 수 있다는 건데, 노트북만큼은 아니라도 무게가 좀 있다. 아이패드 + 키보드 합하면 1kg 정도 된다.

단점 3. 트랙패드가 적용 안되는 페이지도 있음

주로 국내 사이트가 안되는 곳이 좀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 웹툰이나 블로그 앱..ㅠㅠ 그럴 땐 터치로 스크롤 하면 되긴 하다. 그래도 좀 짜증나는 단점이다. 

단점 4. 키보드 연결한 채로 애플 펜슬 쓰는 게 불편

키보드를 연결한 채 글씨를 쓰려고 하면 불편하고 삐뚤빼뚤하게 써진다. 각도 조절도 180도가 아니라서 뉘여서 쓰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건 키보드를 떼고 아이패드 케이스를 다시 붙이거나, 키보드 접고 그 위에 아이패드를 올려놓고 쓰는 거다. 하지만 뗐다 붙였다 하는 게 좀 번거로울 수 있고, 케이스에 따라 기스 걱정도 있을 거다. 

이 단점을 보완하는, 키보드를 떼지 않은 채로 필기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일단 위 사진처럼 눕힌다. 이 상태에서 써도 괜찮지만, 좀 세게 눌러 쓸 때는 키보드가 접힌다. 그래서 아이패드와 키보드 사이에 핸드폰이나 에어팟 케이스를 넣어주면 고정이 된다. 

에어팟 케이스는 위로 넣으면 안 들어가고, 이렇게 옆면에서 넣어야 들어간다. 쭉 밀어 넣어서 중앙에 둔다.

이렇게 사이에 에어팟이나 핸드폰을 끼워두면 고정된다. 이 상태에서 쓰면 튼튼히 고정이 돼서 움직이지 않는다.

난 개인적으로 아이패드를 떼서 키보드 접고 그 위에다가 올려서 쓰는 걸 더 선호하긴 한다.

단점 5. 평평한 바닥이 아니면 뒤로 넘어갈 수 있다. 

책상에 놓고 쓰는 거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근데 소파에 앉아서 다리에 올려놓고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아이패드 무게가 키보드 무게보다 더 나가기 때문에 손을 얹혀놓지 않으면 뒤로 넘어갈 수가 있다. 그래서 다리에 올려놓을 때는 꼭 손을 얹혀놓는다. 근데 이건 노트북에 비해선 단점이지만, 일반 태블릿에 비해선 장점이다. 아이패드로만 볼 때는 손으로 들고 봐야 해서 손이 아픈데, 이 키보드랑 연결해서 볼 때는 그냥 손만 얹어놓으면 된다. 

단점 6. 타자 치는 소리가 은근 난다.

이건 나한테는 단점은 아니다. 이 정도 소리는 나야 내가 뭔가를 쓰고 있다는 느낌이 나고 타자치는 행위 자체도 재미있어진다. 근데 조용한 독서실이나 도서관에서 작업하기 좋아하는 분들은 눈치가 보일 정도의 소리다. 아주 조용히 작업해야 하시는 분들께는 좀 비추다. 

색상과 디자인 : 마지막으로 색상, 디자인은 장점이나 단점 어디에 분류할지 몰라서 따로 작성해 봤다. 

디자인은 무난히 예쁘다. 애플 로고 때문에 뒤에서 보면 간지난다.

대표사진 삭제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색상은, 기본적으로 화이트, 블랙 두 가지 밖에 없다. 나는 블랙을 샀는데, 블랙과 화이트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화이트는 워낙 때가 잘 타기 때문에 꼭 보호 커버 살 것을 추천한다. 때 타는 것 외에는 큰 걱정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화이트가 블랙보다 더 예뻐 보이긴 하다.

블랙은 때가 탈 걱정은 덜 해도 되지만, 지문이랑 하얀 먼지가 잘 보인다. 위 사진에서도 보일 거다. 그리고 키보드를 자주 닦아주지 않으면 약간 기름진 상태로 보일 수 있다. 

결론은, 화이트든 블랙이든 자주 닦아주고 관리 잘 해야 한다. 비주얼은 어쩔 수 없이 화이트가 더 예쁘다. 나는 검은색이 집중이 잘 돼서 검정으로 샀다. 

——————————————————

이렇게 공평하게 장점 6개, 단점 6개를 나열해 봤다. 장점이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분들, 그리고 나처럼 태블릿 기능도 못 잃고 글도(타이핑) 자주 쓰는 분에게 구매를 추천하고 싶다. 가격이 정말 사악하긴 하지만, 쓰다 보면 너무 좋아서 가격의 사악함 마저 잊는다. 

하지만 노트북의 100% 대용을 찾는 분들에게는 차라리 노트북 한 대를 장만하라고 권하고 싶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