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내가 20대와 달라진 점 (혹은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점)

1. 성취보단 실용성을 우선시한다.

예전에는 좋은 결과를 낼 때 “성취”의 관점에서 그걸 바라봤다. 하지만 이제는 그 결과로 인해 생기는 실용적인 것들에 초점을 두는 편이다. 그렇게 되면 타인의 평가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고, 나만의 기준이 세워진다. 또 성취를 곱씹으며 안주하기 보다는 계속해서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수 있다.

2.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일과를 시작하지 않는다.

기상 후 음악을 듣든, 집 청소를 하든, 책을 읽든 빈둥거리면서 내 하루를 시작할 페이스를 천천히 찾는 것이 일의 효율성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하루를 조급하게 시작하게 되면 몸도 마음도 긴장되고 인내심도 부족해진다. 또 무언가를 완벽히 해내야 한다는 강박이 심해져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만족하기가 힘들어진다. 내게 아침 시간은 일을 더 많이 하라고 주어진 시간이 아닌, 하루를 상쾌하게 맞이하며 몸과 정신을 푸는 시간이다.

3. 조금씩 꾸준히 한다.

특히 20대 중반에는 뭔가를 하면 굵게 꾸준히 했다. 그때는 그게 가능했다. 체력적으로, 정신(지능?)적으로. 예를 들어, 운동은 일주일에 여섯 번, 하루 40분 씩은 기본이었다. 또 1년간 중국어 공부를 했었는데, 매일 하루 한 시간은 기본이고, 하루 4시간까지 한 적도 있었다. 그것도 퇴근하고 나서!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이제는 뭔가를 너무 굵게 하려고 하면 작심삼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래서 굵게 말고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장기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 운동을 할 땐 가볍게 15분 정도 한다. 굵게 운동한 날이 있으면 그 다음 날은 스킵한다. 중국어 공부도 최근에 다시 시작했는데, 하루에 HSK 3~4문제 풀기, 퀴즐렛에 정리된 단어 50개 외우기, 혹은 중국 드라마 대본 중 다섯 마디 공부,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고 있다. 너무 피곤하면 억지로 하려 들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마음 속에서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아 조금씩이라도 계속 손이 간다.

일도 마찬가지이다. 강-약을 잘 조절하며 너무 밀고 나가지도 않고 너무 빠지지도 않게, 그러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해나가려고 한다. 물론 쉽진 않다.

4. 고양이가 사람보다 좋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고양이가 사람보다 좋다 하하.

첫 번째 이유는 동물은 뒤끝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다 인내심을 잃고 냥이를 크게 혼내고 나서도 “미안해, 사랑해” 라는 진심어린 한 마디에 다시 관계가 회복된다. 반대로 냥이가 나한테 화를 내도 일시적임을 알기에 나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서로 눈치보지 않고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같이 유치한 놀이를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냥이랑 잡기 놀이, 숨바꼭질, 자동차 태우기 등등 어린 아이들이나 할 법한 놀이를 한다. 굉장히 재미있다. 나도 다시 아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세 번째 이유는 댓가를 바라지 않고 잘 해줄 수 있고, 그만큼 냥이도 내게 애정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참 단순하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이런 단순함을 찾기가 은근히 어렵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잘해주고 댓가를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상대가 나의 호의를 권리로 생각한다는 걸 눈치채는 순간 회의감이 들기 쉽고 점점 마음의 문이 닫히게 된다. 인간 관계에서 꽤 오랜 시간 회의감을 느꼈다면 동물을 키워보는 건 어떨지 권하고 싶다. 동물과의 교류를 통해 진정한 사랑이 뭔지 조금이라도 생각해보게 될 수 있다.

5. 나의 한계를 알고 받아들인다.

때로는 나의 가능성을 아는 것보다 나의 한계를 아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한계를 알면 내 가능성을 좀 더 좁혀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뜬구름 잡는 생각도 비교적 줄어들고, 나의 장점과 단점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현실적인 가능성을 그려나갈 수 있다. 이건 일도 마찬가지이고 인간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나는 사업가 체질이 아니다. 또한 팀으로 일하는 환경이 잘 맞지 않는다. 팀으로 일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나의 독립성이 주어져야 하고, 또 내가 여러 사람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자리는 잘 맞지 않는다. 그런 일들이 단기적으로는 가능하더라도 장기적인 본업이 되어버리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이렇게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파악하고 쳐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좀 더 뚜렷이 보인다.

인간 관계 측면에서는 구체적으로 들어가진 않겠지만, 나는 완벽할 수 없고 또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인간 관계에 크게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는다.

이렇게 나의 자연스러운, 인간적인 한계를 받아들이게 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내가 잘나지 않았고, 잘나지 않아도 되며 잘났다는 건 그저 상대적인 개념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된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발전하고 싶은 부분은 발전시키면 되고 그럴 필요가 없는 부분은 그대로 놔두면 된다. 어쩌면 그게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싶다.

이렇게 나의 다섯 가지 변화를 기록해보았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의도치않게 철학적인 뉘앙스를 풍기게 되었지만 어찌되었든 일기같은 한 편의 글을 마무리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고 가볍다. 이런 기분 너무 좋다. 공개적인 블로그 일기를 좀 더 자주 쓸까 한다.

Leave a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