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바로 어제, 내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알게 모르게 치유를 받는다는 걸 느꼈다. 정확히 누가 했던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글을 쓰는 것은 심리적 치유의 과정”이라고 했던 사람이 있었다. 정말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키보드를 두들긴다. 웹사이트에 ‘일기’라는 코너를 만들어놓고도 정작 일기다운 글을 쓰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 요즘에는 살짝 ADHD 같은 증상이 있어서 손으로 쓰는 일기는 잘 손이 안 간다. 타자로 치면 저항감이 덜하고 그냥 스르륵 써 내려가게 된다. 쓰다가 아무렇지 않게 지울 수도 있고 나중에 누가 일기장을 몰래 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없다.

사실 나의 막연한 꿈은 아주 어릴 때부터 작가였다. 어린 시절엔 단지 막연한 소망이었지만 스무 살 초중반이 되자 좀 더 진지해졌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댓글란에 생각을 공유하면 댓글이 좋아요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언젠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내 생각을 나누고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 영감을 줄 수 있다는 건 나에게 큰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유튜브를 시작했다. 하지만 초창기 컨텐츠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꾸준한 시청자는 있었지만 생계를 기대할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다. 무시도 많이 받았다. 지금은 이해한다. 그땐 내가 너무 ‘가르치려고’ 했다. 영적 믿음이나 철학은 절대적인 진리라기보다 개인의 해석과 경험이 크게 작용하는 영역인데, 나는 내 방식만 옳다고 조금 강하게 전달했던 것 같다. 의도는 순수했지만 방법이 서툴렀다.

그렇게 2년을 보내다가 경제적으로 정말 어려워지면서 정신을 차리고 영어 학원에 취업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한때는 별것 아니라고 여겼던 내가, 강제적으로 겸손해져서 결국 그 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영어를 가르치면서 오히려 한국어 콘텐츠 아이디어도 떠오르고, 두 가지를 병행하다가 결국 한국어 채널이 커졌고, 최근에는 book deal까지 들어왔다. 그래서 2년 전부터는 한국어 교육을 본업으로 삼았다.

그동안 책도 다섯 권이나 내고 여러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일 자체에 대한 애정이 깊게 자라지 않는다. 왜일까 생각해봤는데 되려 깨달은 건, 나는 내 감정을 ‘분석’하려고 든다는 것이다. 한국어라는 언어 자체를 분석하는 직업이 영향이 있을 수도 있고, 또 내가 감정적인 사람이면서 동시에 분석력이 강한 사람이라서 그럴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생각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해롭다. 가끔은 그냥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필요하다.

그래서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지금 한국어 교육이라는 분야 자체에 엄청난 애정이 있는 편은 아니구나. 이 사실을 받아들이니 오히려 내 감정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이렇게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것 같다. 어린 시절의 꿈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글쓰기.

글의 목적은 반드시 판매가 아니어도, 반드시 커리어가 아니어도 괜찮다. 그냥 이렇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내가 느끼는 그대로라는 이유만으로도 기록할 가치가 있다.

1일 1일기. 한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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