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tional Release

어제 저녁, 내 채널에서 즉흥적으로 라이브를 했다.

사실 그날 오전에 댓글을 읽다가, 악플이라고 할 정도로 심한 건 아니었지만 비슷한 뉘앙스의 말을 반복적으로 다는 사람 때문에 갑자기 짜증이 치밀었다.
평소처럼 그냥 넘기기 싫었다. 그래서 나도 약간 날카롭게 답글을 달았다.

하지만 곧 미안해져서 다시 부드럽게 수정했다.
그런 내가 싫었다. 가끔은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명목 아래 화나 짜증을 억누르지 않고, 그냥 버럭 내고 싶다.
내 채널에 어떤 댓글이 달리는지는 시청자의 마음이기도 하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나도 감정이 있고, 내 감정을 그대로 표현할 권리도 있다.

이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표현하는 건 참 어렵다.
특히 나의 이름이 걸린 채널이기 때문에 더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고, ‘bigger person’으로 보여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자리한다.
그래서 거슬리는 댓글을 보고 짜증이 나는 나 자신을 판단하기도 한다.
“이런 자잘한 의견에 왜 신경 써? 그냥 받아들여. 네 일의 일부야. 네가 더 큰 사람이 되어야지.”
하지만 그런 반복된 사이클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내게 독이 된다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어제는 그냥 라이브를 켜고, 요즘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어떤 댓글이 거슬리고, 짜증이 나고, “I don’t want to be a nice person anymore.” 같은 말도 그냥 했다.
정리되지 않은 말투였지만, 그건 진짜 내 감정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시 authenticity hangover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후련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 동의하지 않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
그게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

지난 몇 년 간 나는 SNS에서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걸 피했다.
의견을 내면 공격이나 비난이 따라왔고, 그게 무서웠다.
그래서 ‘opinion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공식이 내 안에 생겼다.

나는 남자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과한 남성성(toxic masculinity)을 싫어한다.
그 에너지가 과한 사람들, 공감 없이 판단하고 가르치려 드는 사람들.
그런 condescending, on their high horse 태도가 너무, 너무 싫다.
내 의견을 공유하면 유독 그런 masculine energy가 많이 달린다.
그게 싫고, 무서웠다. 그래서 나를 낮추거나 돌려 말하며 솔직함을 감췄다.
하지만 그게 되려 나에게 독이 된다는 걸 또 깨닫는다.

물론 이런 패턴이 깊숙이 자리 잡은 만큼,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건 안다.
하지만 이 패턴을 이렇게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무의식에 있던 패턴이 이제는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의식의 영역에 있다.
이것 자체로도 일종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려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나는 내 감정을 판단하고 채찍질해왔다.
내 스스로의 감정을 판단해왔으니, 어쩌면 다른 사람의 판단이 두려운 것도 당연했을 것이다.
비교적 안전한 이곳에서, 이렇게 정리된 글로 내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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